내 블로그의 역사, 그리고 앞으로에 대한 이야기
2025.02.16.
블로그를 또다시 만들었다. 원래 글쓰기가 내 몇 안 되는 특기 중 하나면서 좋아하는 일이었는데… 전 회사에서 콘텐츠 작성을 업무로 하다 보니 '내 글'을 어느새 쓰지 않게 됐다. 그렇게 시간이 꽤 흘렀고, 이제는 내 플랫폼에서 하고 싶은 말이 꽤 쌓인 것 같다. ('나중에 써야지'하고 메모해 둔 글감만 50개가 넘는다.)
추억의 곰곰넷
내 블로그의 역사는 2003~2004년 만들었던 개인 홈페이지, 곰곰넷(gomgom.net)에서 시작된다. 2000년대 초반 '개인 홈페이지 붐' 위에서 나도 제로보드를 통해서 최초의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나모 웹에디터를 쓰고, 게시판을 붙이고, 다른 사람들의 '홈피' 배너를 달고, '축전'도 올리는 그런 '홈페이지'였는데 그 이야기를 하려면 하나의 글을 따로 써야 할 것 같다. 아무튼 그때 구매한 도메인이 곰곰넷이었는데 몇 년 전까지 보유하다가 지금 쓰고 있는 이 도메인(dowha.kim)으로 완전히 이전하면서 소유권을 포기했다.
곰곰넷이 '블로그'가 된 건 2005년 고등학교 시절 이후로 기억된다. 귀여운 어감 때문에 지은 이름이긴 했지만 중의적으로 '곰곰 생각하다'라는 뜻도 가진 도메인답게 블로그로 변모시켰다. 최초로 워드프레스를 썼던 기억이 나고, '디카'로 찍은 사진을 블로그에 올려 친구들에게 공유했던 기억도 있다.
이후 곰곰넷은 대학 생활을 하면서 여러 번의 리뉴얼을 거쳤던 것 같다. 당시 일기를 찾아보면 관련해서 참 생각도 고민도 많았던 것 같다. 고민을 조금 덜 하고 꾸준하게 글을 썼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10년이 넘게 지나 그때를 돌아보니 나름의 방법으로 꾸준했다고 (후하게) 말해줄 수도 있겠다.
틈틈이 블로그를 수정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웹 폰트를 설치했다.
'블로그 수정', 2011.05.07.
우리는 블로그를 해야 한다. 페이스북이나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아니라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것과 같은 블로그 말이다. 블로깅을 열심히 하지 않고 있는 내가 이렇게 블로그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것이 웃기긴 하나 난 블로그를 늘 예찬하고 있고 블로그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 (후략)
'우리가 블로그를 해야 하는 이유', 2012.02.22.
페이스북에 적었던 글들을 맞춤법까지 고쳐가며 블로그로 옮기는 것도 정말 일이다. 예전에, 싸이월드에 썼던 것도 옮겨야 하는데. 언제 다 끝날까. 다 옮기게 되었을 때, 날 모르는 사람이 내 블로그에 있는 글로 내 인생의 5년 정도를 알게 될 수도 있는 건 걱정해야 하는 건가? 요즘은 취업할 때 SNS도 본다는데.
'블로그로 옮기는 일', 2012.11.10.
사진을 하나씩 올리고 있고, 밀린 일기도 다 올렸다. 주변인들의 블로그에 들어가 봤더니 블로그의 레이아웃부터 내용까지 모든 게 그 주인과 닮아있었다. 내 블로그는 어떻게 사람들에게 보일까. 그리고 나는 어떻게 보일까.
'블로그와 그 주인', 2013.02.13.
날씨가 너무 덥고 습해서 학교에 가다 말고 카페에 들렀다. 이로써 미뤄뒀던 블로그 페이지들에 내용을 채워 넣었다. 블로그 재개장이 일단락 난 것 같다. 어차피 남들이 들어오지 않는 곳인데 일기나, 감상 같은 것을 일단은 올리고 봐야겠다는 생각했다. 최근에 봤던 좋은 연극과 영화에 대해 전혀 기록하지 않았던 것이 아쉬웠다. 블로그의 공백들도 하나씩 채워 넣고, 다른 할 일들도 차근차근 해 나가야지.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만 드는 요즘이다.
'블로그 재개장 완료', 2014.07.09.
블로그 글 정리를 조금 했다. 다른 곳에 썼던 글을 조금 올리기도 했다. 컴퓨터에 저장된 옛 싸이월드 일기는 차마 올릴 수가 없었다. 강박적으로 온갖 글들을 긁어 홈페이지에 꾸역꾸역 넣으며, 각 SNS에 흩어져있는 내 기록들을 굳이 이곳에 모을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다. 영원하지 않기에 아름다운 것이 있을 것인데 괜히 수명이 다한 것들의 수명을 억지로 연장하여 박제하는 것이 아닐까. ‘순간’들이 여기에 갇히면서 더는 순간이 아니지 않을까. 지나간 시간의 나를 굳이 기억해야 할까. 어제가 아니라 내일을 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고민이 된다.
'블로그에 대한 고민', 2015.08.11.
학생에서 직장인으로, DOWHA.KIM
2016년 영국에서의 유학 생활이 끝나고 학생 신분이 끝나며 인터넷상에 조금 더 공적인 페르소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아무렇게나 아이디를 썼던 Gmail 대신 이름이 들어간 아웃룩 메일을 만들었던 것도 그 생각의 일환이었다. 그러다 '.kim' 도메인이 있다는 걸 알게 돼 내 이름이 온전히 들어간 지금의 도메인을 구매했다.
도메인을 산 뒤 1~2년은 껍데기만 있는 사이트였지만, 2019년 비영리 섹터에서 IT 업계로 이직을 준비하며 정적 사이트 생성 프레임워크인 GatsbtyJS로 블로그를 새롭게 만들었다. 개발도 가볍게 공부하는 차에 새롭게 꾸리는 것 자체에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오후부터 저녁까지는 Gatsbyjs를 사용해서 블로그를 구축하고 Netlify를 처음으로 써서 배포까지 해봤다. 설치랑 배포가 엄청 쉬웠다. 세팅 끝날 때까지 도메인 연결은 따로 하지 않을 거라 Netlify를 사용해 봤는데 Github에 push 하면 바로 가져와서 금방 새로 배포해 주는 게 정말 신기했다. CSS도 약간 수정했는데, 작업 중별 생각 없이 블로그 폴더 디렉토리명을 바꿨다가 Git이 꼬이고 오류가 나서 다시 다 지우고 배포하기도 했다. 무식하면 몸이 고생한다는 옛말 그대로다. 일단 기본적으로 옮기려고 했던 리뷰들도 옮기는 것으로 오늘치 할 일을 했다. 워드프레스랑은 완전히 다른 세계인데 또 나름의 재미가 있고 마크다운으로 글을 쓸 수 있어서 편하다. JS ES6, React, GraphQL 공부를 열심히 하면 확실히 원하는 것들을 고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일기', 2019.07.06.
GatsbyJS로 꾸린 블로그에는 주로 보고, 듣고, 읽은 것에 대한 리뷰를 썼다. '마주한다'는 카테고리 하에 다양한 영화나 책에 대한 글을 꾸준하게 썼고, 실제로 콘텐츠 마케터로 직무 전환하며 취업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그러나 이직하고 나서는 여러 번 개발 공부에 대한 다짐을 올리고, TIL(Today I Learned) 콘텐츠를 종종 올리기도 했으나 늘 흐지부지되며 블로그도 방치됐다. '내 글'을 쓸 여력이 없었다.
앞으로의 BLOG.DOWHA.KIM
그리고 이제 2025년, 2월이다. 앞에 썼던 최초의 홈페이지를 생각하면 믿기지 않게도 어느덧 2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많이 변했고 삶에서 추구하는 바가 달라지기도, 명확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내 블로그에 내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다.
그래서 다시 블로그를 만들었다. '새로' 만들고, 글을 쓰고, 쓰다가 방치하는 지난 역사를 반복하는 것 같지만 이번엔 조금 더 장기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생각하며 만들었다. 예를 들면, 마크다운 파일로 글을 쓰는 것은 아무래도 글을 쉽게 쓰고, 올리기에 어렵다고 생각돼 다양한 CMS(Contents Management System)를 알아보다가 Supabase DB를 CMS로 쓸 수 있게 next.js 정적 블로그와 연동했다.
블로그의 스타일도 편안하고 심플하게 만들었다. 메인 페이지인 dowha-kim은 좋아하는 색깔이면서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파란색을 메인 컬러로 썼지만, 블로그 페이지는 별도 서브 도메인을 달면서 메인 컬러도 눈이 편안한 회색으로 잡았다. 그 과정에서 김평안(bepyan) 님의 공간에 담긴 철학이 많은 참고가 됐다. 해외 디자이너 Shu Ding, Emil Kowalski도 좋은 레퍼런스가 됐다.
제작 과정에서 롤모델로 생각한 곳은 바로 기계인간(John Grib) 님의 위키다. 글도 원체 재밌게 쓰시지만 기계인간 님의 성실성을 배우자고 생각했다. '야크 털 깎기(Yak Shaving)'는 적당히 하고 꾸준히 나만의 인사이트와 기록을 쌓아가려 한다. 마침 Geeknews를 통해 '왜 아무도 읽지 않는 블로그를 운영하는가'라는 글(원문)과 여러 사람들의 의견도 재밌게 읽었다. 아무도 읽지 않더라도, '미래의 나 자신'과 '단 한 명의 올바른 독자'를 위해 꾸준하게 쓰자. 그리고 이 과정 자체가 내게 어떤 의미로 남을 것임을 믿자.
2000년대 초, 나만의 개인 '홈피'를 처음 만든 그 순간부터 어쩌면 저는 일종의 IndieWeb 활동가가 되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