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데이트 노트 읽기
2025.03.29.
최근 X(구 트위터)에서 캐럿이라는 AI 미팅노트 서비스를 알게 됐다. 업무적으로 (그리고 개인적으로) 서비스의 웹사이트를 찬찬히 뜯어 보는 게 습관이자 취미인데 소구점을 깔끔하게 잘 알려줘서 마음에 들었다. 여느 때와 같이 푸터 영역도 봤는데, 체인지로그 페이지가 있길래 처음부터 찬찬히 읽어봤다. "출시될 기능들은 '실질적인 도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고, 어떤 기능을 왜 만들게 됐는지 보는 게 참 즐거웠다. 큰 기능에 대한 얘기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개선 사항'도 알려줘서 서비스 이용자도 아닌데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읽었다. '업데이트 노트' 읽기. 이건 웹사이트를 뜯어 보는 것보다 더 오래된 나의 취미다.
나는 무언가가 조금씩 나아지는 걸 목격하는 게 좋다. 평소에 다니던 도로가 공사를 해서 새로운 모습이 되는 것. 맨날 가는 지하철역에 조그만 개선 사항이 생겨서 알아채는 것. 내가 쓰는 소프트웨어가 업데이트돼서 새로운 기능을 쓸 수 있는 것. 이러한 변화가 기록돼 있다면 더욱 즐겁다. 그래서 나는 앱스토어의 업데이트 목록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어떤 기능이 추가 됐는지 찬찬히 읽어본다. "앱 성능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거나 "성능이 개선됐다", "사용자 편의성 개선" 같은 기본 업데이트 템플릿 문장 아래에 '더 보기'를 눌렀을 때 상세한 내용이 있으면 마치 보물을 발견한 것 같이 설렌다. 이번 판올림을 위해 들어간 여러 사람의 숨은 노력을 목록 사이로 엿보고 나면 조금 웃기지만 내가 다 뿌듯하다.
링크드인 같은 데를 보면 사람들은 보통 업데이트 노트 안에 있는 재치 있는 문장을 좋아하는 것 같다. "업데이트를 하고 개발자가 커피를 한 잔 마셨"다는 문장 같은 게 재밌다는 글이 주기적으로 올라온다. 그런 문장이 해당 서비스의 특성과 잘 어울리고 연관될 때 물론 강렬한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나를 진짜 즐겁게 하는 건 아무래도 작고 사소한 업데이트와 그에 대한 설명이다. 그래서 어쩌면 내가 개발자라는 직업을 유독 선망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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