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티 피플 (2016)

이 책을 읽으며 계속 보물찾기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소설에서 나왔던 것 같은 말을 빌리자면 ‘흔치 않은’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였고, 그 인물들의 관계를 지도 삼아 하나하나 따라가는 재미가 짜릿했다.

따뜻하고, 바르고, 영민한 사람들. 정세랑 작가는 ‘옥상에서 만나요 (2018)’ 수록작 ‘웨딩드레스 44’ 에서도 그랬듯 여러 사람들을 호명하고 그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것을 특히 잘하는 것 같다. 제목은 ‘피프티’ 피플이지만, 꼭지로는 피프티 원 피플이라고 하는데 책을 읽다 보면 그 51명의 인물 중에 유독 정이 가는 인물들이 생긴다. 그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가면 헤어지기가 너무 아쉬웠고, 또 그의 이름이 다른 이의 이야기에서 언급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책의 마지막 부분을 읽을 때는 마음을 굳게 먹고 읽어야 했다. 한 문장, 한 문장 읽어 나가는 것이 정말로 두려웠다. 한국에 살며 너무나도 많은 (사회적) 실패, 낙심 같은 것들을 경험해왔기 때문이다. 익숙한 인물들의 이름이 영화관에서 불리자 조금 울 것 같았지만, 좋은 사람인 것 같은 작가님과 그리고 등장인물들에 대한 믿음을 토대로 차근차근 읽어나갔다. 끝에 가서는 이 국가가 구해내지 못한 많은 사건과 사고들이 지난 세월 내 마음속에 남겨둔 응어리 같은 것들이 조금은 해소되는 것 같았다. 약간 구원받은 기분도 들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한국에서는 또 전공의 사망 사건이 있었다. 병원을 중심으로 한 소설이라 소식이 더 피부에 와닿았다. 고(故) 김용균 씨의 영결식도 서울에서 있었다. 잘못된 사회 시스템으로 사람이 더는 죽지 않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모든 피해자들의 명복과 그 유가족들의 평안을 빈다.

(추가: 이 글을 쓰고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웹진에서 오은교 평론가의 ‘정세랑의 많은 사람들’를 읽었다. 내가 이 글의 끝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이 평론 앞부분에 있어 인용한다.)

정세랑의 독자들은 그가 그려내는 재난이 완전히 불가역적인 파국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 재난은 있지만 그것이 완전한 재앙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는 세계, 시스템은 잦은 고장을 일으키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수리하기 위해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세계, 그것이 정세랑의 세계이다. 재난이 일상이 되어버린 우리 삶의 현장에서 제멋대로 뒤틀린 인간의 갖은 꼴들과 복잡하게 허술한 이 사회 시스템에 대한 환멸이 끝없이 밀려올 때, 정세랑을 읽는 것이 조금은 도움이 된다.

정세랑의 많은 사람들’, 오은교


피프티 피플 (2016) | 정세랑 | 창비 | VIA 리디북스


Dowha
Written by@Dowha
다능인(Multipotentialite)이고 싶은 제너럴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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